Growth Taeker

나는 왜 이커머스 마케팅 에이전시를 다니게 되었을까?

릴택 2021. 1. 24. 20:18

우선 현재 하는 일은 그로스해킹? 그로스마케팅? 퍼포먼스마케팅?

나도 모르겠다. ㅎ

에이전시에 있으면서, 쇼핑몰 혹은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마케팅 대행을 해주고 있다. 업무 범위는 참 애매하지만, 흔히 말하는 A-Z 까지 하기도 하며, D랑 E만 딱 맡아서 하기도 한다.

확실한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그리고 업무를 하고 싶었다.

현재를 알기 위해서 내 과거를 조금 돌아보았다.


나는 마케팅을 전공하지 않았고, 전혀 뜬금없는 언어+인문학을 전공했던, 평소 로망이었던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던 아주 평범했던 직장인이었다.

원하는 여행을 실컷 갈 수 있고, 여행가는 설렘을 계속해서 느끼고, 다른 사람의 여행을 도와주는 그런 일에서 나는 보람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적어도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도 얼마 가지 못 했고, 로망과는 다른 단순 업무와 전화를 계속 받아야하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나를 지치게 하였다.

원하던 일이었고, 가장 내가 좋아하는 취미와 덕업일치의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이게 맘대로 잘 안되니까 무력감을 느끼는, 솔직히 멘붕이었다.


회사의 상장, 네임밸류 있는 회사, 사옥보유와 좋은 위치, 수십명의 동기 등의 메리트가 있었지만, 내가 즐겁지 않다는게 너무 크게 괴리감을 느꼈고 낙담하였다.

그래서 우선 퇴사하기로 했다.

고민도 없었고, 후회도 없었다.

내일채움공제 3년짜리만 아쉬웠다. 다신 없을 목돈의 기회였기에 ㅜㅠ


그 다음 회사는 광고 대행이었다.

광고 대행보다는 마케팅을 하고 싶었는데, 당장의 시작은 광고 대행사로 하는것이 나쁘지 않을것이라 생각했다.

이전 회사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했고, 규모가 작은 만큼 불안정했고 그것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다른 회사의 광고대행을 계약해서, 언론홍보를 하고, 바이럴 대대행사에 일을 던져주고,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운영해주고, 광고 크리에이티브도 제작해주고!

광고대행에서 꽃과 같다는 AE 의 업무를 했다.

(출처 : https://brunch.co.kr/@copydonotcopy/17)

처음엔 재밌었던게, 이것저것 내가 다 컨트롤 하면서, 실무자 역할 + 책임 업무까지 같이 하는 느낌이었다. 광고 운영에 대한 고민을 쭉 해보고, 기획하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광고 운영을 할 수 있었다.

  • 언론홍보도 제안해서 기사에 뿌리고,
  • 바이럴도 제안해서 네이버 블로그에 글도 쌓고,
  • 상위노출도 확보하고,
  • 어플일 경우 앱 다운로드와 리뷰도 쌓게 해서 잘 나가는 것 처럼 보이게 했다.

정말 이런 광고를 진행하면, 다 잘 될 것 같았고, 홍보도 되고 매출도 올라가고, 가입자도 늘어날 줄 알았다. 🥁

정말 그럴 줄 알았다. 🤦

왜냐면 이렇게 광고주한테 영업을 하기 때문에 나도 영업을 당해버렸던것이다.

일단 광고를 운영해두고,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성장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못했다"라는 말도 맞지만, 안 한것도 맞다. 왜냐면 우린

광고 대행

이니까

우리는 광고를 대행해주며 유입을 많이 시켜줄 뿐, 다양한 IMC 마케팅을 표면적으로 진행해준다.

다시말해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성장은 우리의 R&R이 아니었다.

"타겟팅과 광고운영은 이렇게 했는데, 왜 회원가입 혹은 매출이 증가하지 않느냐는 저희가 어떻게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건 저희의 영역이 아니에요"

맞는말이긴 합니다. 정말 맞는말... 진짜 맞는말.....

마케팅을 대행 해주지만, 비즈니스의 성장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일까.... 책임을 최소화하는 행태에 너무 화가 났다.

당연히 광고를 통해서 매출을 이끌어내고 하는것은 쉬운게 아니다. 광고한다고 무조건 성과가 좋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대신, 너무 AE 혹은 대행사에 유리한 말이었다. 최소한의 책임이 없기 때문에 너무 쉽게, 가볍게 생각하며 대행을 해주는 것이었다.

즉, 영업으로 먹고 사는 비즈니스였다.

🤮


이런 광고 대행사에 있었기 때문에, 실력이 있을리 전무했다.

모든 광고는 트래픽으로 진행하였으며, 언론홍보 및 바이럴들은 단순 집행보고만 할 뿐 거기에 대한 분석 및 보고는 없었다.

광고를 단순 등록해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구글,페이스북의 광고 운영에 대해서 전혀 몰랐고,

전환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한 번은 페이스북 픽셀과 구글애즈의 리마케팅 태그를 활용하려고 하였지만, 팀 내부에서 매우 부정적이었고, 그냥 혼자 강행하였다.

GA를 깔아서 분석해보자고 주장하였지만, 당장 관심이 없어 보였다. 2년뒤 진급때나 도입하라고 하였다.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 최적화'라는 단어를 표시해놓고, 막상 아무것도 없던 것이다 ㅎㅎㅎㅎ 무엇...

그래서 우선 또 퇴사하기로 했다.

물론 이번에는 퇴사통보를 해놓고, 다음 이직 할 곳을 찾아다녔다.

이직 할 회사는 무조건

  • 퍼포먼스 마케팅
  • 데이터 분석

이 두가지가 필수였고, 꼼꼼히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디지털 마케팅 시장에서, 위 두단어는 거의 99% 들어가있었다. 심지어 단순 반복 업무에서부터, 콘텐츠 디자이너 까지 데이터 분석과 퍼포먼스 역량까지 우대 할 정도이니, 너무나 핫한 역량과 직무였다.

그중에서 내가 잘 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곳이 어디일까 고민을 아주 많이 했었고, 면접도 보고 합격했지만 합류하지 않은곳도 있었다.

고르고 골라서, 정말 데이터 분석을 잘 하고, 퍼포먼스 마케팅 역량도 가지고 있으며, 실력이 있어 보이는곳에 합류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이었으며, 인원은 20명 미만이지만 성장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합류를 결정하였다.

무엇보다 회사의 비전이 정말 좋았고, 나는 그것을 활용해서 단순 노동이 아닌, 분석과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에서의 마케터

사실 모든 스타트업을 일반화하는것만큼 무리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정도 공통적인 단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상대적으로 갖춰지지 못한 체계
  • 그로 인해서 정신없는 업무
  • 또한 안정적인 매출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있는 비즈니스 리스크

하지만 이 단점들은 내가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었다.

  • 체계를 만들어가면서, 더 효율적인, 더 성과가 좋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할 수 있었다.
  • 그만큼 업무의 바운더리가 정해지지 않았으며, 자율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 비즈니스 리스크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투자를 통해서 성장하기도 하며, 레버리지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쇼핑몰, 이커머스는 계속해서 중요성이 올라가고, 망하진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나도 이커머스를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것으로 더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다른 앱서비스나 대행사보다 더 신나게 면접을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이커머스 마케팅 에이전시 스타트업에서의 살아남기'가 시작되었다 ㅎㅎ


+스타트업은 힘들지 않나요?

요즘 드라마 스타트업이 인기였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스타트업은 개발쪽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지만, 뭐 같다면 같고 다르다면 다르다.

스타트업은 비전과 가능성, 젊으면 스타트업이라 불리고,
그게 아니라면 일반 중소기업과 다를것은 없기 때문이다. :-)

위에 있는 단점 외에도 아주 많은 단점들이 있지만, 내 성향에는 정말 딱 맞다.

  • 자율 출퇴근으로 자유롭게 근무를 할 수 있다. 항상 늦게 가고 늦게 오는 것 같다.
  • 체계가 없다는걸 충분히 활용해서 내가 좋아하고 효율이 좋은 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물론 이게 엄청 헤비하고 귀찮은 일이 될 수 있지만, 그 또한 재밌어하는 성향이라서 재밌게 하고 있다.
  • 마케터 혹은 그로스 해커라고 칭할 수 있는 현재의 포지션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한다. 정말 끝도 없다... 업무시간에 일 안하고 공부만해도 하루가 다 갈 수 있는데, 이런 성장지향적인 포지션에서는 끝없이 자기개발을 해야하는데, 이것도 나랑 잘 맞다. 취미가 마케팅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내글을 보니,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시켜서 나한텐 정말 좋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지옥 같은 환경일 것 같다. 🤪

결론은 나와 성향이 비슷하다면,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을 다녀보는것은 재밌을 것이다.


참고자료

IMC란 : https://online.purdue.edu/blog/communication/what-is-integrated-marketing-communication-imc